「봄」 합작이 공개되었습니다! :D
<테니스의 왕자>
데즈카 쿠니미츠 드림 by.리나
“봄은 언제 올까?”
볼멘소리를 내뱉는 너를 돌아본다. 볼을 잔뜩 부풀리고 창밖을 내다보는 네 표정이 여간 진지한 게 아니라 웃음이 나려는 것을 참는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이번 겨울은 이제 끄트머리만 남겨놓고 봄과 기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봄이 왔다고 하기에는 아직 추운 날씨가 그녀는 맘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가볍게 공원에 산책 겸 소풍을 가는 일도 쉽지 않은 날씨니까.
“쿠니, 내일도 추울까?”
“일단 기상 예보로는 춥다고 하더군.”
“으으, 언제쯤에야 피크닉을 갈 수 있는 거지…….”
창틀에 팔꿈치를 괴고 손으로 턱을 받친 너는 삐죽 입을 내밀었다. 정말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귀여움이라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는 걸 꾹 참는다. 봤다면 너는 분명 ‘앗, 웃었다!’고 환하게 웃겠지만.
“피크닉은 아직 어려워도 데이트는 가능하지 않나.”
데이트라는 말에 반짝 눈이 빛나는 너. 홱 돌아온 고개가 나를 바라볼 때마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아냐, 쿠니. 데이트라면 지금도 데이트인 걸!”
“물론 그렇지만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딱히 날이 추워서 집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네가 나를 초대했고, 나는 너의 집에 왔고, 이렇게 창가 옆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너와 담소를 나눈다. 아주 평범하지만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 내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뜬 너는 고개를 홱홱 젓는다.
“그야 쿠니가 사 준 원피스 빨리 입고 싶은 걸.”
아. 눈을 몇 번 깜빡거리고 있자 네가 웃는다. 얼마 전, 거리를 걷다 유독 눈에 띄는 원피스가 있어 예상외의 지출을 하고 말았다. 몇 번이나 옷 상태를 살펴보고 너에게 어울릴까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예상외의 지출이 정말 예상외의 지출이 될 정도를 결제했다. 보통은 없는 일이라 스스로도 놀라면서 점원에게서 쇼핑백을 넘겨받았다.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그 원피스는 다음 날 바로 네 손에 쥐어졌다. 아직은 날이 풀리지 않아 춥겠지만 봄이 되면 입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던 걸 너는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피크닉 갈 때 입으려고 맞춰서 모자도 준비했는데.”
다시금 시무룩해지는 네 표정에 나는 웃음이 난다.
“금방 날이 좋아지겠지. 다음 주면 꽃샘추위도 물러간다고 하니까.”
“앗, 진짜?”
끄덕,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네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럼 있잖아, 하고 바로 피크닉 계획을 풀어놓는 너에게 집중한다. 네 말을 듣는 나는 이미 한적한 공원 한 편, 따뜻한 햇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앉은 것만 같다. 내 옆에는 네가 있고 소풍 바구니에는 네가 솜씨를 발휘한 디저트가 있고 향긋한 풀내음은 우리에게 봄을 가져다준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
“그치?”
너를 향해 웃는다. 세상에 봄이 아직이라도 나는 너만 있으면 언제나 봄일 것 같다.
<겁쟁이 페달>
킨조 신고 드림 by.메이
일기예보에서 날씨가 좋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었어. 툴툴 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킨조는 살짝 웃어보이고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으나,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은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었다.
“안으로 들어갈까?”
“응!”
카페 안에 들어서자마자 바람 탓에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냉큼 정리하는 그녀가 마냥 귀여워보였다. 자리를 잡고 앉자 메뉴판을 보고 한 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슬쩍 킨조를 쳐다보며 물었다.
“뭐 마실 거야?”
“커피.”
“그럼, 나는 핫초코, 음, 복숭아 아이스티?”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모습에 킨조는 바람 탓에 차가워진 뺨을 떠올리며, 따뜻한 것을 마시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자 그녀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을 불렀다. 주문을 하고 나니 그제야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모양인지 그녀는 발을 앞뒤로 흔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일이면 다시 따뜻해지겠지?”
“아아.”
“오늘 날씨 따뜻하다고 해서 봄 옷 입었는데, 으으. 이렇게 바람이 불 줄 몰랐어.”
“예쁘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척 당연히 예쁘지, 하고 대꾸했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은 여전했다.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사이에 직원이 커피와 핫초코를 가져다주어서 그녀는 올려진 휘핑크림만 이리저리 섞었다.
“커피는 무슨 맛으로 마시는 거야?”
“제법 맛있다.”
“음, 나도 한 모금.”
그녀는 입 안 가득 퍼지는 커피의 씁쓸한 맛에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에서도 대부분 커피를 마시는 터라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대체 왜 이런 커피를 좋아하나 싶기도 했다.
“써.”
“얼른 마셔라.”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에 심통을 내는 것 같으면서도 냉큼 건넨 핫초코가 든 머그컵을 받아들었다. 그 모습에 킨조는 천천히 그녀를 훑어보았다. 평소에도 안 예쁜 것은 아니었지만 주말에는 더욱 더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서, 거기다가 오늘은 날이 따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봄옷을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린다.”
“응?”
“날 위해 새로 산건가?”
그녀의 친구로부터 새 옷을 사러 갔었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못 보던 옷에 장난스럽게 묻자 그녀가 자신의 손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보여주려고 샀어.”
“아쉽게 됐군.”
“응, 날씨가 따뜻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의미의 아쉬움이 아니라는 시선에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이 킨조를 쳐다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모두에게 내 여자 친구가 이렇게 예쁘다고 자랑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으, 응?”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마저 귀엽게 느껴져 킨조는 살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다시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알아듣지 못한 것은 아니어서 얼굴이 다시금 화끈 달아올랐다.
“오늘은 나한테만 자랑하는 걸로 하지.”
가게를 나서기 전에 킨조는 자신의 겉옷을 그녀에게 둘러주고선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자그마한 손이 자신의 손 안에 꽉 차는 것에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