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합작이 공개되었습니다! :D
<테니스의 왕자>
오오토리 쵸타로 드림 by.리나
“어? 어디 아파요?”
“아냐, 아냐.”
손사래를 치면서도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힌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오오토리는 결국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함께 걷던 그녀도 자연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움찔, 그녀의 한 쪽 발이 살짝 공중에 떴다가 내려오는 걸 오오토리는 놓치지 않았다. 아, 발이 아픈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오토리는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어색한 미소에서 짐작해낼 뿐이었다. 오오토리는 휙휙 고개를 돌렸다. 가로수 아래 그늘에 자리한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쵸, 쵸타로군?”
놀란 그녀가 외마디 비명처럼 이름을 뱉어냈다. 하지만 오오토리는 그녀의 등과 무릎 뒤로 팔을 집어넣어 공주님을 안듯 들어 올려 척척 걸어갔다. 속으로 치마! 라고 외친 걸 이미 듣기라도 했는지 오오토리는 딱 무릎 위에서 끝나는 그녀의 치맛자락도 팔로 받친 상태였다. 벤치까지는 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곧 다시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앉아서 좀 쉬다 가요.”
“괘, 괜찮은데…….”
그녀를 벤치에 앉혀놓고 오오토리는 그 앞에 무릎을 꿇어서 다시 한 번 그녀를 놀라게 했다. 허둥대며 손을 마구 흔드는 그녀에게 웃어 보이고 조심스레 구두를 벗겨냈다. 평소엔 이런 높은 굽 안 신었었는데. 게다가 최근에 본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는 새로 장만한 구두인 것 같았다.
“새 구두예요? 발뒤꿈치가 빨개요.”
“으, 응, 역시 새 구두는 길이 안 들어서…….”
“잠깐 쉬었다 가요.”
“미안…….”
“저야말로 죄송해요, 오늘 좀 많이 걸었죠.”
오오토리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발을 주물렀다. 부드럽고도 간지러운 그 느낌에 그녀의 입매가 위로 올라갔다. 발을 빼려는 듯 그녀가 슬쩍 무릎을 위로 끌어당겼지만 오오토리는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굽이 꽤 높네요. 괜찮으세요?”
“어…….”
“평소엔 이 정도로 높은 건 발 아프다고 신으신 적 없으시잖아요?”
“그게…….”
우물쭈물 대답을 망설이는 표정마저도 귀여워서 오오토리는 웃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발을 주무르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쵸타로군은 키가 크니까…… 나는 작아서, 많이 내려다보면 힘들 것 같아서, 저번에도 얼굴을 보려면 이렇게 훅 숙여야겠네요, 라고 말했었고…….”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오오토리가 눈을 깜빡였다. 표정을 읽을 수 없어 그녀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그녀에게 하루 종일 같은 몇 초 동안 계속 쳐다보기만 하던 오오토리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지금 엄청 귀여웠던 거 알아요?”
“에?”
“엄청, 엄청 귀여웠으니까 오늘은 봐줄게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무리해서 높은 굽 신지 말아요. 예쁘긴 한데, 누나 발 아픈 건 원하지 않아요. 알았죠?”
“으응…….”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빨간 얼굴을 보며 오오토리는 더없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그녀의 반대쪽 발도 주무르기 시작했다. 베이지색 구두가 햇빛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원피스>
상디 드림 by.메이
“상디, 못 봤어요?”
“부엌에 없으면 방에 있지 않을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남자 방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녀는 천천히 심호흡하고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이 없어서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상디…, 있어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났다.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것에 그녀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침대로 다가갔다. 2층 침대에 위쪽을 쓰고 있는 모양이어서 그녀의 키로 위가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상디의 모습에 그녀는 들고 온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괜히 지금 왔나.”
어제 외출했다가 사온 것을 선물할 타이밍을 놓쳐 오늘에라도 주려고 들고 나왔는데 당사자가 자고 있으니 쪽지와 함께 두고 갈까, 아니면 깼을 때 다시 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그녀는 두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깨지 말아야 할 텐데.”
어릴 적에 이야기로만 듣던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 들어서 탁자 위에 종이와 펜으로 짧은 쪽지를 쓴 그녀가 살금살금 다시 상디의 곁으로 다가갔다. 얼굴 언저리는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 언저리에 선물을 조심스럽게 올려둔 그녀에게 상디의 신발이 눈에 띄었다.
“…진짜 크다.”
살짝 옆에 발을 두어 봐도 발 크기의 차이가 제법 컸다. 괜히 신기해서 1층 침대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아 신고 있던 신발을 한쪽만 벗어 상디의 신발을 신어봤다. 힐끔 침대 위를 올려다보자 상디는 곤히 자는 모양인지 잠잠했다. 어쩐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손도 크니 발도 큰 게 당연한가….”
반대쪽도 신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발을 신는 게 아니라 거의 끌고 다니는 수준이었다. 두세 걸음 걸어본 그녀가 다시 자신의 신발로 갈아 신기 위해 몸을 틀었을 때, 침대 위의 상디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언제부터 깨어있었어요?”
“음…, 처음부터요.”
상디의 대답에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이 터져버릴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상디의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녀는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신발은 마음처럼 잘 움직여주지 않았고 넘어질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상디가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귀여웠으니까 그렇게 허둥대지 마요.”
“아니, 그게, 으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자, 이쪽에 앉으시고.”
능숙하게 침대에 그녀를 앉힌 상디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자신의 신발 대신 그녀의 신발을 신겨주었다. 웃는 얼굴과 마주하자 그녀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처음부터 깨어있었다면 말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상디가 얄밉기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왜 자는 척했어요?”
“들어오고 나서 깼으니까요…?”
“그,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잖아요…!”
“금방 안 나가시기에 뭘 하시나 궁금하기도 했고.”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냉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다가 2층에 침대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머리를 부딪쳐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크게 부딪쳤어요? 많이 아파요?”
“으으, 아파요! 너무해!”
“제가 잘못했어요. 네? 우는 거 아니죠?”
“호 해줘요….”
얼마나 아팠으면 눈가에 눈물이 맺혀서 호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상디는 가슴 언저리가 간지러웠다. 원래 이렇게 어리광이 많은 성격임에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전혀 안 그런 척하더니….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나니 이젠 부끄러운지 아예 상디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들질 못했다.
“선물 고마워요.”
“알면, 간식 맛있는 거 해줘요.”
“네, 좋아하는 거 만들어드릴게요.”
가슴에 닿는 숨결에 상디의 입가가 느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