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합작이 공개되었습니다! :D
<테니스의 왕자>
에치젠 료마 x 류자키 사쿠노 by.리나
오늘은 연습 없어.
교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보인 얼굴에 기뻐하기도 전에, 홱 제 손을 채어가는 손길에 놀랐다. 어딘지 서두르는 느낌이 들어 조금 어색했다. 무엇보다 깍지를 꼭 낀 손이 설레어 얼굴이 붉었다. 자주 보던 레귤러 져지 대신 까만 교복만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는 가방 안에 넣어놨는지 보이지 않았다.
특별히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해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면 충분했다. 자신의 발걸음을 맞춰주려는 건지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걷는 에치젠이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감히 그에게 ‘사랑스럽다’고 말해도 될까. 목을 간질이는 단어를 뱉어내기 전, 에치젠의 고개가 먼저 돌아왔다.
“샌드위치 먹을래?”
“으, 응!”
류자키의 대답에 고민도 없이 에치젠은 편의점으로 곧장 들어갔다. 잠시 후 나온 에치젠의 손에 작은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저기, 료마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공원.”
짧은 대답 뒤로 에치젠은 다시 류자키의 손을 붙잡았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 커플이라면 보통 하는 그런 동작. 두근거리고 행복했지만 익숙하지 않기는 여전했다.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는 심장박동이 류자키의 온몸에 퍼졌다.
공원의 입구를 지나쳐서도 두 사람은 한참을 더 걸어 들어갔다. 푸른 나뭇잎 속에 들어앉은 피크닉 테이블이 보이고 나서야 에치젠은 자리를 잡았다. 류자키도 에치젠의 맞은편에 앉았다. 에치젠이 들었던 봉투 속에서 샌드위치와 우유가 몇 개 들려 나왔다. 그리고 편의점 도시락용으로 포장된 과일도 딸려 나왔다.
이거, 소풍일까?
누가 봐도 피크닉에 어울리는 테이블이었다. 비록 전부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긴 했지만 남부럽지 않을 도시락이었다. 류자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얼마 전, 지나가듯 날이 좋으면 소풍 가서 샌드위치도 먹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났다. 어떡하지. 류자키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왜 그래?”
너무 좋아서. 여전히 얼굴에서 떼지 않은 손 때문에 류자키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에치젠이 손을 들어 류자키의 양손을 붙잡았다. 잡은 손을 슬며시 테이블 위로 내려놓고 눈을 맞췄다.
“소풍 가고 싶다며.”
“기뻐서.”
류자키가 배시시 웃었다. 그제야 에치젠도 픽 웃더니 손을 놓아 주었다. 지금 얼마나 귀여웠는지 절대 본인은 모르겠지. 그 생각에 피식 또 한 번 웃어버린 에치젠이 샌드위치에 손을 뻗었다. 보기엔 좀 그럴지 몰라도 충분히 만족스런 피크닉이었다.
<원피스>
상디 드림 by.메이
한가로운 오후, 상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와 함께 먹을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혼자 배에 남을 그녀가 걱정되어 그녀가 머무는 섬에 왔던 터라, 다른 크루들은 없이 단둘이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용케도 부엌까지 왔다 싶어 상디는 웃는 낯으로 물을 한 컵 따라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건넸다. 물 마시는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하며 꼴깍,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자신이란 남자는 어쩜 이리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잤어요?”
“네, 상디는요?”
“저야, 잘 잤죠.”
부드럽게 손등에 입을 맞추자 그녀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금방 아침을 차려주겠다는 상디의 말에 그녀가 냉큼 세수하고 오겠다며 상디의 뺨에 입을 맞추고선 부엌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뺨을 감싸 쥔 상디는 맛있는 아침을 차려주겠다며 굳게 다짐했다.
“우와 이게 다 뭐에요?”
“레이디를 위해 준비한 아침입니다!”
“고마워요.”
다짐했던 것처럼 화려한 식탁에 그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상디는 그녀가 씻고 옷을 갈아입고 어느 정도 머리를 말렸을 때쯤이 돼서야 그녀를 데리러 갔다. 아침잠이 많은 그녀인 터라, 아침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침 겸 점심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시간이긴 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맛있어요.”
그녀는 알까, 그녀가 맛있다고 해줄 때마다 들뜨는 가슴을, 포크를 입에 물고 눈이 반달모양으로 곱게 접힐 때마다 상디는 심장이 크게 울렸다.
“아, 맞아. 상디! 우리 놀러 가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으세요?”
상디의 말에 그녀는 끙, 하고 고민하기 시작해서 상디는 웃음이 났다. 쉬이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주변이라도 돌아보겠느냐는 말을 꺼내려던 찰나,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음,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건 아닌데….”
“그럼, 이 주변이라도 돌아볼까요?”
“네! 소풍, 소풍 가요!”
아침 식사가 끝나고 뒷정리를 도와주겠다는 그녀에게 대신 예쁘게 꾸미고 와달라고 말한 상디는 홀로 뒷정리를 끝냈다. 자주 하던 자신이 하는 게 훨씬 정리도 빠르고, 괜히 그녀에게 무언가 시켰다가 그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의 마음이 찢어지듯이 아플 것 같았다.
“그럼, 도시락을….”
소풍엔 역시 도시락이지. 그렇게 정하고 나자 메뉴를 선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시락의 준비를 끝내고 난 상디는 가서 옷을 갈아입고선 똑똑, 하고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 네! 나가요!”
간편한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혼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평소와는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서 상디는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멈칫했다. 진짜 예쁜데, 그 예쁨을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서 손을 못 대는 것은….
“상디?”
“가, 갈까요?”
“네!”
상디는 그녀의 방에 걸려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챙겨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자, 가냘픈 어깨가 한 손에 잡혔다. 그녀와 닿고 있으면서도 닿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서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상디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요?”
“…이렇게 둘이 같이 있다는 게 좋아서요.”
“저도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 한가로운 시간이 계속됐다.